"일부 진전이 있었다." (반올림측)
"신뢰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겠다."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간 협상이 5개월여만에 재개됐다.
양측은 28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만나 첫 교섭에 들어갔다. 이날 교섭은 5개월만에 처음으로 이뤄지는 것인 만큼 삼성측에서는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인 이인용 사장이 직접 실무진과 함께 협상에 나섰다.
반올림 측에서는 삼성 반도체 피해자 고(故) 황유미씨의 부친인 황상기씨와 이종란 노무사를 비롯한 10여명이 교섭에 나섰다.
황상기씨는 교섭장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삼성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나오는 것인가"라며 삼성측에 진정성있는 자세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시작 전부터 양측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지만, 2시간 동안 이어진 대화를 마치고 나온 양측 대표단의 표정은 한층 밝아진 모습이었다.
먼저 교섭장을 나온 반올림측은 "대화에 일부 진전이 있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공유정옥 반올림 교섭단 간사는 "오늘 2차 본교섭을 나눴고 3가지 내용을 약속했다"며 "3차 본교섭부터는 반올림의 교섭 요구안에 대해 양쪽이 직접 내실 있는 협상을 진행키로 했고, 빠른 시일 내 3차 교섭일을 잡기로 했다. 또 (반올림측에서) 항의, 집회 등을 한 것에 대해 회사의 고소, 고발 내용을 취하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황상기씨도 "이인용 사장이 교섭에 참여했는데 다른 날보다 교섭에 진전이 있었다"며 "피해자 가족의 마음을 어루만져 줘 좋았다"고 평가했다.
뒤 이어 모습을 들어낸 이인용 사장은 "협상 진전을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는 생각"이라며 "삼성전자가 제기한 고소 문제를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하겠다 했고 앞으로 가족, 반올림과의 대화를 전향적으로 풀어가기 위해 협상 대표단을 새롭게 구성했다"고 말했다.
삼성의 새로운 협상단은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의 백수현 전무를 비롯한 5명으로 구성됐다.
이날 대화에서 양측이 일부 진전을 보임에 따라, 지난 7년간 끌어왔던 백혈병 산업재해 논란이 드디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백혈병 논란은 기흥 반도체 공장 여직원이었던 황유미씨가 2007년 3월 급성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백혈병 피해자들의 산업재해 신청과 소송 등이 끊이지 않았고 삼성전자와 반올림, 유가족 등은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지난 14일 처음으로 백혈병 문제와 관련해 공식사과하고, 16일에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한 모든 산업재해 행정소송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삼성전자는 2010년부터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불승인 판정' 관련 총 10건의 소송 중 4건에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해왔다.
양측이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반올림측은 이날 대화에 앞서 삼성의 반노조 문화까지 거론, 앞으로 대화 과정이 녹록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제3자 중재기구' 요구에 대해서도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동안 삼성은 제3자 중재기구 설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반올림측은 중재기구 구성에 반대하면서 직접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인용 사장은 "문제를 조속히 타결하기 위해 중재기구를 구성하고 싶다고 전달했지만 반올림은 양측이 먼저 대화를 해보자고 했다"며 "대화를 이어가다 벽에 부딪히면 중재기구나 조정기구를 구성하는 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간 제3차 교섭 일자는 6월 중 실무진 협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