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종합2보]檢, '효성 비리' 조현준 사장 재소환…내달 일괄 사법처리

다음주 조석래 회장 소환 후 다음달 사법처리 대상 선별할 듯

김재욱 기자  2013.11.29 16:54:02

기사프린트

효성그룹의 탈세 및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29일 조현준(45) 효성그룹 사장을 재소환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조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불러 역외탈세와 횡령·배임, 비자금 조성, 국외재산도피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조 사장은 효성그룹에서 섬유PG장, 전략본부장, 정보통신PG장을 맡고 있으며 그룹 경영에 깊숙이 관여한 핵심 인물이다. 전날 12시간 가까운 조사를 받았지만 검찰은 횡령·배임 혐의와 관련된 추가 조사가 필요해 재소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효성그룹이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사업 적자를 계열사에 떠넘기는 대신 매출이나 이익 규모를 축소 처리하는 등 1조원 상당의 분식회계로 수천억원대 법인세를 탈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석래 회장 일가에서 90년대 이후 주식을 비롯한 1000억원대 차명재산을 관리하면서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것으로 의심하고, 효성캐피탈이 2004년부터 올해까지 조 회장 일가와 임원, 계열사 등에 모두 1조2341억원을 대출해 준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 일가가 횡령·탈세한 자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임직원 명의의 차명대출을 통해 회사에 거액의 손실을 끼친 것으로 판단, 그룹 내 전반적인 자금 관리·집행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부당한 지시나 개입이 있었는지를 면밀하게 들여다고 있다.

특히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해외법인 명의로 차입한 자금을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빼돌리거나 해외법인 수입을 누락신고하는 수법으로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페이퍼컴퍼니와 해외 법인을 동원해 재산을 은닉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조 사장이 100억원 상당을 횡령한 정황을 잡고 구체적인 자금 흐름과 용처를 파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사장이 2008년부터 최근까지 법인카드로 결재한 100억여원의 사용내역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10억원 이상을 업무와 무관한 사적인 용도로 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조 사장이 효성그룹의 해외 법인자금 2000만달러로 주식, 펀드 등에 투자한 뒤 800만달러 상당의 손실을 보자, 이를 숨기기 위해 회삿돈으로 손실금액을 메운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조 사장은 해외 법인 자금으로 고가의 부동산을 매입한 사실이 이미 적발된 바 있다.

조 사장은 2002~2005년 미국 고급주택을 매입하면서 효성그룹의 미국 현지법인 효성아메리카 자금 550만달러를 사용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조 사장은 동생인 조현문(44) 전 부사장이 세운 페이퍼컴퍼니 4곳에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고, 이들 페이퍼컴퍼니로부터 해외법인 계좌로 주택매매 자금을 송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날에 이어 이틀째 조 사장을 조사한 결과를 검토하는 대로 수사선상에 오른 조현상(42) 부사장과 조석래(78) 회장에 대해서도 이르면 다음 주께 소환을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20년간 앓아온 고혈압과 심장 부정맥 증상 악화로 지난달 30일 서울대병원 특실에 입원해 지난 14일 퇴원했지만 건강 상태는 뚜렷이 호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조 회장의 세 아들 중 장·차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등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만큼 다음달 중으로 우선적으로 사법처리 대상자를 선별해 처벌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조현준 사장은 올해 초 사돈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전 사면된 지 얼마 안 돼 다시 사법처리될 경우 좀 더 무거운 양형 기준이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종합적으로 검토해봐야 되지 않겠냐"면서도 "오너 일가에 대한 신병처리 방식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 5월말 효성그룹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해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하고 9월말 조 회장과 이상운 부회장, 고모 상무 등 경영진을 고발했고, 검찰은 지난달 11일 효성그룹 본사와 효성캐피탈, 조석래 회장의 성북동 자택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총수 일가의 개인재산을 관리한 고모(54) 상무와 재무 업무를 담당한 최모(59) 상무 등 주요 임원을 여러차례 소환한데 이어 지난 13일 조현문 전 부사장에 이어 27일 이상운(61) 부회장을 소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