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중입니다. 아직 뭔가 뚜렷하게 목표는 세워 놓지 않았어요. 다만 나만의 색을 찾고, 나만의 철학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봤던 좋은 선배들은 다 그랬거든요. 그리고 중요한 게 한 가지 더 있어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즐겁게 배우 생활을 하는 겁니다.”
지창욱(27)은 최근 막을 내린 MBC TV 드라마 ‘기황후’의 최대 수혜자다. 누구도 그가 이렇게 주목을 받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누군가는 함께하는 남자배우를 모두 스타덤에 올렸던 하지원의 능력을 칭찬하지만, 이는 지창욱에 대한 합당한 평가가 아니다. 그는 짧은 연기 경력에도 불구하고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그가 연기한 ‘타환’은 때로는 모성 본능을 자극하고, 때로는 말릴 수 없는 광기를 보이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연기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다. 하지만 지창욱은 해냈다.
‘기황후’가 한창 촬영에 들어갔을 때 그에게 '타환'역 제의가 왔다. 그는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곧 결정을 내렸다.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는데, 좋은 선배들도 참여하고 있었다”며 “일단 부딪혀 보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감독님도, 작가님도 걱정 많이 하셨대요. 분량도 꽤 많고, 주인공이기도 하잖아요. 당연히 그러셨겠죠. 저라고 왜 걱정이 안 됐겠어요. 그런데 저는 걱정하고, 고민하기 싫었어요.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방송이 나가고 나서 작가님께 연락이 왔어요. 잘 하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지창욱은 “즐긴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성격이 원래 긍정적인 편”이라며 “그게 장점인 것 같다”고 답했다. ‘기황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동료 배우, 스태프와 함께 했던 시간들에 대한 언급을 즐겼다. “연기도 연기지만 촬영과 촬영장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함께한 공간과 시간 모두 추억”이라는 것이다. 현장이 즐겁고, 일이 재밌는데 연기가 안 될 리가 없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도 연기가 무서울 때가 있었다. 스물 한 살, 데뷔 초 뮤지컬을 할 때였다.
“연기가 재밌을 것 같고, 하고 싶어서 했는데 쉽지가 않은 거예요. 우연찮게 뮤지컬에 출연할 기회를 얻었는데 그때 욕을 정말 많이 먹었습니다. 재밌는지도 몰랐어요. 그냥 악으로 한 거죠. 포기하기는 싫었거든요.”
지창욱은 학교로 다시 돌아갔다. 공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안간힘을 썼다.” 노력의 결과일까, 쟁쟁한 연기자들이 총출동한 드라마 ‘웃어라 동해야’의 타이틀롤을 맡았다. 지창욱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드라마 ‘무사 백동수’ ‘총각네 야채가게’ ‘다섯 손가락’에 잇따라 출연했다.
“‘웃어라 동해야’를 한 게 결정적인 계기였어요. 그때부터 카메라가 보이기 시작하고, 내가 어떤 대사를 하고 있는지 판단이 서더라고요. 8개월 동안 매일 카메라 앞에 섰으니까요. 좋은 선배님들에게서 많이 배우기도 했습니다.”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20대 중반의 남자배우들이 많다. 이종석, 김우빈 등이다. 하지만 지창욱의 고민은 다른 데 가 있다. “잘 하고 있는 동료를 보면 부러울 때가 있기도 하지만 나만의 길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지창욱의 고민은 누군가에게 이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좋은 배우가 될까’다.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해요. 솔직히 지금 받는 칭찬은 과분하죠. 이제부터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지창욱을 떠올리면 '좋은 배우'라는 이미지를 만들 겁니다. 이 일을 즐기는 건 기본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