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시설공단이 9370여억원 규모의 원주~강릉 간 철도건설사업에서 공사 업체들의 담합 정황을 알고도 당시 이사장의 지시로 이를 무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국토교통부와 철도공단 등을 대상으로 철도시설안전 및 경영관리실태를 점검한 결과 이같은 내용을 비롯해 총 32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고 20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철도공단은 2013년 1월 원주~강릉 철도건설사업 입찰시 4개 업체의 담합 정황을 인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키로 하고도 당시 김광재 이사장의 지시로 입찰을 그대로 진행했다.
그 결과 담합이 의심되는 4개 업체가 4개 공구를 하나씩 수주하면서 특혜를 제공하게 됐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당시 해당 사업에서 담합을 한 것으로 추정된 업체들은 마감시간에 임박해 입찰금액사유서를 제출했는데 각각 1개 공구씩 낙찰받을 수 있도록 나머지 3개 공구에서는 탈락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낮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각기 다른 공구 입찰에 참여한 A사와 B사는 입찰금액사유서의 설명내용과 글자 크기, 띄어쓰기 등 금액을 제외한 모든 내용이 완벽하게 일치했다.
철도공단은 또 수도권고속철도를 건설하면서 공사업체가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터널 아치 부분에 지반스프링을 적용하는 대신 콘크리트 터널 두께를 95㎝에서 35㎝로 대폭 축소하는 설계변경을 신청하자 전문가 검증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수용했다.
지진 발생시 교량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교체한 '지진격리받침'에 대해서도 철도공단은 일부만 품질확인을 거쳐 시공해 안전성이 우려된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국토부의 경우 2009년 인천공항 이용자의 접근시간 단축과 환승불편 해소를 위해 시속 180㎞의 고속차량(EMU)과 시속 230㎞의 KTX 투입을 내용으로 하는 '인천공항철도 활성화 방안'을 수립해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실한 사업검토로 178억원의 예산이 낭비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업은 2011년 12월 제작기술 부족 문제로 EMU 투입을 보류하고 KTX만 투입키로 계획이 변경됐는데 이 경우 기존 철도의 설계속도(110㎞)로 인해 KTX의 운행속도가 제한될 수 밖에 없는데도 국토부는 사업변경을 검토하지 않았다.
이에 더해 신호시스템상의 문제로 KTX 운행에 따른 시간 단축효과가 3~14초 사이로 매우 미비한데도 철도공단은 이를 국토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결과와 관련해 철도공단에 담합 관련 입찰절차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하고 시공 중인 터널에 대한 안전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다만 담합 정황을 인지하고도 입찰을 그대로 진행시킨 김 전 이사장은 올해 1월 사퇴해 별도의 처분을 내리지는 않았다.
국토부에 대해서는 인천공항철도 활성화 방안과 관련해 안전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업비 절약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