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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시저스킥' 오랜만에 ‘앙리’다운 득점 한 박희성…

스포츠뉴스팀 기자  2014.05.18 23: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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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고려대) 앙리' 박희성(24·FC서울)이 환상적인 시저스킥으로 시즌 정규리그 마수걸이 골을 뽑아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박희성은 18일 오후 4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남FC와의 2014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12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40분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서울은 이날 파이브백(Five Back))에 가까운 전술을 펼친 성남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경기 내내 공격을 주도했지만 상대의 철통 수비에 막혀 연신 헛심만 뺐다.

정규시간은 끝을 향해 흘러갔고 경기는 0-0 무승부로 마무리되는 듯 했다. 마지막 5분의 승부에서 박희성이 해결사로 나섰다.

후반 40분 오른쪽 측면을 파고 든 차두리(34)가 수비수 1명을 앞에 두고 힘겹게 올린 크로스를 문전에 있던 박희성이 몸을 날리는 시저스킥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K리그 역대 베스트골 후보에 올라도 손색이 없을 만큼 환상적인 슈팅이었다.

후반 13분 교체 투입 돼 맹활약한 박희성 덕분에 서울은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할 수 있었다. 순위로 강등권(11~12위)을 벗어나 9위로 뛰어올랐다.

경기를 마친 박희성은 "휴식기를 앞두고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다"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한 좋은 흐름을 정규리그에서도 이어가야 한다고 다짐했었다. 굉장히 중요한 경기였는데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친 덕분에 저희가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의 주인공은 박희성이었다. 한국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멋진 골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박희성은 "(차)두리형한테 공이 갔을 때 제게 크로스가 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상보다 크로스가 뒤쪽으로 흘렀는데 그 순간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축구스타 웨인 루니가 떠올랐다"며 "라이벌 맨체스터시티전에서 시저스킥으로 골을 넣는 그의 모습을 상상했고 저도 모르게 몸이 루니를 따라 움직였다. 저 스스로 판단했을 때 자세나 느낌이 너무 좋아서 맞는 순간 골이 들어갈 것 같았다"고 짜릿했던 득점 장면을 복기했다.

그는 이어 "실전에서 이런 골을 넣은 것은 처음이다. 아마도 오늘 결승골은 제게 있어 '인생골'이 될 것만 같다"며 "사실 대학 시절 제 별명이 '고대 앙리'였다. 작년과 올해 공격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는데 오랜만에 별명에 걸맞는 골을 넣은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날 박희성의 활약 뒤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물론 우연의 일치겠지만 결과적으로 최용수(41) 서울 감독이 기(氣)가 박희성의 득점에 톡톡히 한 몫을 했다.

서울은 지난 16일 훈련을 마친 뒤 단체 사진을 찍었다. 정규리그에서의 부진을 털고 새로운 각오로 후반기를 준비하자며 최 감독이 특별히 마련한 자리였다.

최 감독은 사진을 찍기 전 박희성에게 자신이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어 주었다. 최선을 다해 훈련에 임하고 있음에도 실전에서는 좀처럼 골을 넣지 못하는 제자를 위해 간접적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것.

그날 박희성은 선글라스를 쓴 채 사진을 찍었고 최 감독으로부터 기를 전달받은 그는 성남전에서 곧바로 득점포를 가동했다.

박희성은 "평소 감독님이 저를 통해 팀 분위기를 자주 띄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당시 감독님이 제게 선글라스를 주며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며 "이것이 오늘 득점에 영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감독님은 평소 공식 훈련이 끝난 뒤에도 개인적으로 슈팅 연습을 할 때 많은 도움을 전수해 준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은 "휴식기를 앞두고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선수들과 단체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런데 유독 (박)희성이가 눈에 들어오더라"며 "그래서 제 선글라스를 줬는데 사진 촬영 후 첫 경기인 오늘 곧바로 골을 넣더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 감독은 "훈련 과정에서 희성이가 주전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줬다"며 "오늘 본인의 닉네임에 걸맞는 멋진 골을 만들어낸 것 같다. 이제부터 본인의 진정한 실력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