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선균(39)이 치열한 개(犬)싸움을 끝냈다. 영화 ‘끝까지 간다’(감독 김성훈)에서 그가 보여준 액션은 ‘날 것’ 그대로였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 숨 쉴 틈 없이 밟히기도 했다. 물이 찬 변기에 머리가 박히는 것도 감수했다. 아파트 19층 높이에서 와이어 하나에 의존해 아슬아슬하게 발을 내딛는 아찔한 액션도 피할 도리는 없었다. 영화는 내내 이선균을 체력적으로 괴롭혔다.
“힘든만큼 보람이 느껴졌다. 액션팀과 감독님이 진짜 ‘고통’을 원했다. 영화도 ‘아저씨’같은 멋있는 액션이 아니므로 최소한의 합만 짜고 시작했다. 보호대를 차고 있지만, 실제 터치가 가해졌고 직접 몸으로 맞았다. 그러다 보니 약간의 부상도 있었다.”
“감독님이 아파트 액션신을 가장 마지막 촬영으로 넣었다. 부상당할까봐 일부러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이선균은 이곳에서 액션 장면을 촬영하다가 갈비뼈가 골절됐다. 크랭크업을 3일 앞둔 시점이었다. “조진웅과 개처럼 싸우다가 책장이 넘어가는 장면이 있었다. 옆으로 긴장하고 누워 있다가 삐끗했다. 무리가 간 것 같다. 1~2㎜ 금이 간 정도다. 움직일 때 약간의 고통은 있지만 깁스할 정도는 아니어서 끝까지 촬영을 이어갔다.”
상대배우는 조진웅(38)이다. 체급만 봐도 불리한 싸움이다. “보호대가 있어서 생각보다는 아프지 않았다. 하지만 저금통으로 맞는 장면은 정말…”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동전도 많이 들어 있었다. 소품으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거의 사기와 같은 재질이다. 이 저금통을 진웅이가 온 힘을 다해 던졌다. 이걸 던지면 다칠 것 같아 오랜 시간 고민했다. 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먼저 맞겠다고 나섰다. 돼지저금통에는 귀가 있다. 각도를 잘못 맞으면 머리가 깨진다. 긴장하고 맞았는데 다행히 피는 안 나고 혹만 크게 생겼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매 촬영이 쉽지 않았다. 구르고 맞고 때리고 달리고 ‘액션 종합선물세트’ 같다. “진웅이가 바로 옆방에 머물렀는데 둘 다 액션을 찍고 나면 온몸에 멍이 들었다. 유격 훈련받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그럼에도 배우는 배우다. “현장에 기어가다시피 가다가도 세트장에 도착하면 욕심이 생긴다. 같이 호흡하면서 힘이 생긴다. 더 잘 표현해내고 싶은 욕심이랄까?”
이선균은 “어려운 액션은 하나도 없다. 그저 때리는 사람도, 맞는 사람도 아픈 현장일 뿐이었다”고 추억했다. 몸과 몸이 부딪히다 보니 정도 많이 들었다. “모두가 능동적으로 참여한 현장”이라며 “함께 작업한 느낌이 컸다. 힘든 걸 공유했다는 동료애도 생기고. 촬영이 끝날 땐 뭉클해졌다”며 즐거워했다.
장르 영화지만 무게잡지 않을 것, 멋 부리지 않을 것, 또 웃기려고 들지 않을 것, 이 세 가지가 이 영화를 시작할 때 다짐한 것들이다. ‘끝까지 간다’의 액션은 멋스럽지 않고, 형사인 배우들은 폼나지 않았다. 또 웃기지만 배우들은 진지했다. 이 모든 감정을 끌고 가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다.
더구나 이선균은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아내의 이혼요구, 비리 감사, 우발적 살인 등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시체 은폐라는 또 다른 범죄를 계획하는 ‘선하지 않은’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절대악’ 조진웅보다는 ‘선’의 위치에 서야 했기에 감정 조절이 쉽지 않았다.
“초반에는 감정 배분이 중요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짜증을 내면 관객들은 더 짜증스러웠을 것이다.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다.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이완되는 포인트가 필요했다. 살인에 대한 죄의식을 어느 정도 깊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내가 연기한 고건수라는 인물의 부패 정도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쉽지 않은 작품”이라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선택한 건 ‘시나리오의 힘’ 때문이다. “독특하고 참신했다. 말도 안 되는 건수의 상황에 놓였을 때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다. 한국영화에서는 보지 못한 액션에서도 차별을 느꼈다. 또 이제껏 해보지 못한 장르, 캐릭터가 끌렸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마흔 살로 접어든 이선균은 이 작품을 통해 앞으로 좀 더 부딪히며 캐릭터의 폭을 넓혀갈 계획이다. “겁내지 말고 부딪혀야 내 것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내 걸 많이 만들어서 좀 더 오랫동안 쓸모있는 배우, 아빠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