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삼성 '협력사 채용박람회' 교복 입은 고등학생 부터 은발의 신사까지

김승리 기자  2014.05.15 15:39:21

기사프린트

"작년에 이 행사를 통해 150명의 면접을 진행했고 12명의 인재들을 채용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많은 구직자들을 직접 보고, 또 질문을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요?"(대덕전자 관계자)

"인터넷에서 한정된 정보만 얻다 한 자리에서 많은 업체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습니다."(취업준비생)

삼성이 15일 서울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등 10개 계열사 협력사의 우수 인재 채용을 위한 '삼성 협력사 채용 한마당'을 열었다. 채용 한마당은 삼성이 중소·중견 협력사에게 우수 인재를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구직자들에게는 경쟁력 있는 유망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2012년부터 실시해온 행사다.

이날 행사가 열린 코엑스 C홀은 개막 한 시간 반 전인 오전 9시에도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과 검은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취업준비생(취준생)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행사가 시작되자 홀 안은 금세 인파로 가득 찼다. 이력서출력관과 메이크업관, 이력서 사진촬영관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취준생들은 저마다 이력서를 들고 부스를 둘러보거나, 잔뜩 긴장된 모습으로 자신의 면접차례를 기다렸다.

머리카락이 하얗게 샌 중장년층도 더러 눈에 띄었다. 퇴직을 앞두고 있다는 교직원 김정준씨(61)씨는 "아직은 현직에 있지만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하고 있던 차에 박람회 소식을 접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둘러보러 왔다"고 말했다.

박람회를 찾은 취업준비생들은 대부분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이호진(29)씨는 "대학 졸업 후 지난해 초부터 1년 넘게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데 주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다보니 답답한 점이 많았다"며 "그런데 많은 기업들을 한번에 직접 둘러볼 수 있고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정보를 얻고, 면접도 볼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진석(27)씨는 "인터넷에서 보는 것보다 직접 눈으로 보고 얘기를 들으니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이 곳에 와서 면접을 하다보니 기업들이 어떠한 인재를 필요로 하고, 또 나 자신이 그러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협력사들도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행사를 진행하니 인력 채용에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다.

스마트폰 배터리팩 전문업체인 이랜텍의 이재혁 전략기획실 인사그룹 부장은 "이런 행사는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있어 가능한 것이지 협력사들이 자체적으로 연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지난해에도 행사를 통해 50여명에 대한 면접을 진행하는 등 인재들을 채용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회로기판(PCB Assembly)을 납품하는 노바스이지의 이홍성 부사장은 "R&D센터는 판교에, 제조공장은 광주에 있어 인재 확보에 어려움이 많아 올해 첫 참가하기로 했다"며 "회사 매출이 연평균 30~40%씩 급성장하고 있어 기술전문직을 중심으로 한 인력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역에는 인재풀에 한계가 있어 이번 행사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다만 박람회가 협력사들의 인재 확보의 근본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왔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행사의 취지는 굉장히 좋지만 사실 기대만큼 실질적인 성과는 그리 크지 않다"며 "사실 협력사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인재는 신입보다는 경력자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행사에 오는 대부분의 구직자들은 고등학생 또는 20대 청년들인데 협력사들 대부분은 전자부품, IT업체들로 전문 기술인력을 필요로 한다"며 "이직률이 높은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들에게 신입직원 교육에 드는 비용과 시간은 굉장한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에는 대덕전자, 이오테크닉스, 동양이엔피, 부전전자 등 삼성전자가 선정한 강소기업을 비롯해 삼성전자 협력사 122개사, 2차 협력사 23개사 등 총 200여개의 협력사가 참여했다.

지난해 행사에는 1만여명의 구직자가 몰려들었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협력사들은 현장에서 2000여명의 신입·경력직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부스가 '6개 직군별 채용기업관'으로 꾸며져 더욱 편리하게 회사에 대한 정보를 얻고 현장에서 면접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삼성 인사담당자 20여명이 이력서 및 면접 컨설팅부터 현장기업 매칭까지 취업에 관한 종합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밖에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 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비롯해 채용 기업에 대한 회사 및 직무 소개 등 구직자를 위한 다양한 채용설명회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날 개막식에서 노인식 삼성경제연구소 인적자원개발담당 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치열한 글로벌 시장 경쟁과 성장동력 부재에 따른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유능한 인력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행사 후에도 협력사의 인력 채용을 지원할 것임을 약속했다.

노 사장은 "행사에서 채용이 되면 지난해 6월 신설한 '상생협력아카데미'에서 삼성 신입사원에 준하는 입문교육은 물론 전문 직무교육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미취업 청년에 대해서도 협력사 인력 채용 지원 부서인 '청년일자리센터'를 통해 구직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