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이 인다/ 내 맘 안에/ 너를 태워 보낸다/ 바람이 분다/ 내 맘 안으로 너를 또 데려온다."(화애)
가수 조관우(48)가 2008년 11월 EP 앨범 '소나기' 이후 5년 만에 신곡 '화애'를 내놨다. 국악기 사용을 배제하면서도 전통음악 분위기를 냈다. 특유의 고음도 맑게 날카롭다. 슬픈 감성을 노래해 온 조관우에 어울리는 가사를 얻었다. 불태워 보내려 하지만 보낼 수 없는, 시린 마음이다.
가사, 장르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 그의 목을 거치면 모든 곡은 슬펐다. 1994년 이름을 알리게 해준 데뷔앨범 타이틀곡 '늪'이 그랬다. 정훈희의 곡을 리메이크한 '꽃밭에서', MBC TV '나는 가수다'에서 부른 '남행열차'들도 애잔하기만 했다.
그런데, 더 슬퍼졌다. "불러 본 노래 중에 가장 슬프다. 잔인하게 슬픈 노래 같다. 이처럼 슬픈 곡이 또 나올 수 있을까. 쓸쓸하다 못해 이승의 음악이 아닌 것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고백이다.
"제2의 인생을 걸었다"는 비장한 각오로 노래했다. 되짚으면 방송활동 등을 꺼리던 그가 MBC TV '나는 가수다'에서 작심하고 노래를 부른 사실이 이 비장함을 일정부분 설명한다. "역시 송충이는 솔잎을 먹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빨리 떨어지더라도 저만의 스타일로 나갔어야 하는데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는 창법을 구사했어요. 초반에 너무 승부에 집착한 결과죠."
"노래 인생이 끝난 줄 알았다"고 성대결절 시기를 기억한다. "저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빛이라고 할까요? 왜 어둠 속에서는 빛이 더 환하게 보이잖아요. 그런데 환한 빛 속에서 노래하려고 하니 힘이 달리는 겁니다. 처음부터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하는 압박감에 노래하다 보니 목에 상처가 나기 시작했어요."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지난 4월 나선 미국 투어에서 목의 상처를 느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눈물로 노래했고, 무대 위에서 죽자고 노래한 시간"이었다. 조관우는 나머지 투어 일정을 포기하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고,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을 마쳤지만 목소리가 돌아올는 지는 미지수였다. 노래는커녕 말조차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득음하기 전 고통스러워하던 아버지가 생각났다.
"목이 안 좋았을 때 순간순간 안 좋은 생각도 했어요. 제가 제법 많은 히트곡이 있잖아요. 휙 가버리면 주목받아서 음원에 관심 가지게 되는 게 가족을 위해서 더 좋지 않을까요. 살아갈 일이 걱정이다보니 압박감이 심했어요. 그래도 저음은 나와서 트로트 가수로 전향도 생각했죠."
'화애'의 "오늘 밤 너를 잊을까/ 정말 그럴까 난 두려워 / 너를 잊는다는 게 내게 죽음과 같은 일일 테니까"라는 가사는 그래서 절절하다. 조관우는 가사 중 '너'를 좀처럼 회복되지 않던 '목소리'로 봤다.
"예전에 사용했던 음역에서 한 두 음 떨어졌어요. 소프라노 음역은 되는데 메조까지는 이제 안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오히려 가성에 힘이 붙은 거 같아요. 그때는 목이 못 버텨서 긁는 소리가 나왔는데 지금은 컨트롤 할 수 있어요. 목을 긁는 소리가 자신 있게 나와요."
"새롭게 태어난 느낌", "'늪'을 부를 때의 느낌"으로 불렀다. 등을 지고 선 조관우가 앨범 재킷을 장식, 시린 겨울을 표현하지만 "재킷에 얼굴이 안 나올 때 앨범이 더 잘 나가더라고요"라며 웃을 여유도 생겼다. 각종 악기를 섭렵, 작사·작곡·편곡·연주·프로듀싱까지 해내는 아들과 함께 준비 중인 새 앨범도 즐겁다.
"'화애'로 홈런치고 싶은 욕심은 없어요. 1점짜리 홈런보다는 밀어내고 밀어내서 길게 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1루타라도 쳤으면 하는 바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