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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막내린 두산과 김진욱 감독의 불편한 동거

스포츠뉴스팀 기자  2013.11.28 18: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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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는 지난 27일 김진욱 감독의 경질을 전격 발표했다. 5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다.

김 감독이 두산 지휘봉을 잡은 것은 2011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투수코치를 제외하면 1군 경험이 많지 않던 김 감독의 선임은 깜짝 인사로 풀이됐다. 당시 두산은 "김 감독은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실력자로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해 신임이 두텁다"고 설명했다.

2년여가 지난 27일 다시 한 번 수장을 바꿨다. 김 감독은 이번에도 중심에 있었지만 당시와는 달리 수혜자는 아니었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고도 경질을 통보받은 7번째 사령탑이 됐다.

두산 내부에서 김 감독에 대한 평가는 썩 좋지 않았다. 선수들과의 소통이 뛰어난 점은 인정하면서도 순간 판단 능력에 대해서만큼은 의문 부호가 따라 다녔다.

올 시즌 중반에는 경질설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투수진이 붕괴되면서 엇박자를 내기 시작한 6월 수면위로 떠올랐던 경질설은 두산이 경기력을 회복하면서 자연스레 가라앉았다.

전력을 추스른 김 감독은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페넌트레이스를 4위로 마친 두산은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3승1패로 우위를 점하며 우승을 목전에 뒀다. 하지만 5~7차전을 모두 내준 두산은 결국 트로피를 가져오는데 실패했다.

마지막 3경기는 두산과 김 감독이 갈라서는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특히 시리즈 흐름을 넘겨준 5차전에서 김 감독의 한계를 봤다는 것이 두산 측의 설명이다.

감독 교체는 구단의 고유 권한이다.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공로를 인정하면서도 우승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팬들 사이에서도 김 감독에 대한 견해가 엇갈렸던 것이 사실이다.

두산은 올 시즌을 우승의 적기로 봤다. 이는 김 감독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구단 입장에서 분위기 전환을 위한 감독의 교체는 충분히 고려할만한 카드였다.

문제는 경질의 시기다. 만일 두산이 김 감독과 함께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결정을 내렸어야 한다. 첫 타이밍을 놓쳤다면 최소한 마무리 훈련 전에는 사령탑 교체를 진행해야 했다.

하지만 두산은 김 감독에게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 훈련을 맡겼다. 멀리서 FA 3인방과의 결별 소식을 접한 뒤에도 내년 시즌 구상을 위해 머리를 싸매던 김 감독은 훈련 종료를 하루 남긴 지난 27일 홀로 귀국길에 오른 뒤 구단 사무실에서 최종 경질 통보를 받았다.

주위 코칭스태프는 물론 김 감독 역시 정확한 자신의 거취에 대해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두산측은 김 감독의 경질이 최근에 결정됐다고 해명했다.

윤석민의 트레이드 과정에서 김 감독의 의사 표현이 배제됐다는 점도 꺼림칙하다. 윤석민은 김 감독이 미래의 4번 타자로 점찍고 애정을 보인 선수였다.

그러나 두산은 트레이드 과정에서 김 감독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트레이드가 구단 고위층들의 합의로 성사되는 경우도 제법 있지만 감독에게 통보조차 되지 않는 경우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김 감독을 대신할 이가 송일수 감독이라는 점은 보는 이들을 더욱 의아하게 만들었다. 두산은 송 감독에 대해 "원칙과 기본기를 중요시하며 경기 중 상황 대처능력이 뛰어나 창의적이고 공격적인 야구를 구사한다"고 말했다.

송 감독이 검증을 받은 무대는 1군이 아닌 2군이었다. 게다가 올 시즌 두산 2군의 성적 또한 썩 좋지 않았다. 준우승 감독을 내치려면 이에 버금가는 인사가 뒤따르는 것이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지지만 두산의 임명은 예상을 완전히 어긋나게 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목을 두고 두산이 흔히 말하는 '프런트 야구'를 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두산의 올 시즌 스토브리그는 말 그대로 버라이어티하다. FA 3인방을 잃은 것을 시작으로 2차 드래프트에서 5명을 빼앗기더니 베테랑 김선우와 리그에 흔치 않은 오른손 거포 윤석민까지 떠나보냈다. 김 감독의 경질은 뒤숭숭한 분위기에 방점을 찍었다.

어쨌든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두산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이르면 내년 시즌이 지나면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 발 나아가기 위한 두산의 과정이 썩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