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항상 휴대폰을 보잖아요. 음악은 제게 그런 존재였어요."
가수 켈피(22·김나영)는 지난 수년간 걸그룹 데뷔를 앞둔 연습생으로 살았다. 매일 밤 11~12시, 연습을 끝내고 피곤한 몸으로 집으로 오는 생활이었다.
당시 그녀의 하루는 길었다.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와서도 맘 편히 쉬지 못했다. 소속사에서 내준 과제가 불투명한 미래와 함께 걸음을 따랐기 때문이다. 새벽 3~4시까지 울음인지 노래인지 모르는 무엇을 불렀다.
어린 나이에 견디기 힘든 나날이었다. 소속사의 눈치를 봤고 함께 데뷔를 준비하는 연습생들의 눈빛도 살폈다. 모두가 간절했지만, 모두가 데뷔할 수는 없었다. 켈피는 메인보컬로 정해진 역할을 다른 친구에게 넘기고 소속사를 나왔다. 막막함에 밤마다 쏟은 눈물과 1년을 따라다닌 악몽에 지쳤다.
"할 줄 아는 게 노래밖에 없는 삶"이었다. 켈피가 "지금 당장 크게 일을 벌이겠다는 게 아니에요. 앨범을 꾸준히 공개해 저라는 사람을 알리는 게 목표"라고 말하는 이유다. "다른 일을 할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2000년대 초반 여성 듀오 '애플잼'으로 활동한 언니의 영향이 크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언니를 동경하며 조명도, 관객도 없이 혼자 노래하는 날이 많았다. "언니가 어려서부터 걸었던 길을 제가 또 간다고 하니까 언니가 처음에 말리더라고요. 저는 언니가 받는 스포트라이트가 부러웠는데, '나도 언니처럼 할 수 있는데'라고 생각만 했죠. 늘 뒤에서만 노래했었어요."
동생의 간절함에 언니도 켈피의 길을 성원했다. "나중에는 '너는 잘하니까 잘 될 거야'라고 응원해줬어요. 연습생 생활이 참 힘들었는데 언니가 엄청나게 힘을 줬죠."
부모의 반대도 있었다. "엄마가 왜 언니가 가려 했던 길을 또 가려 하느냐고 말씀하셨어요. 나중에는 언니도 해줬는데 안 해줄 수 있겠느냐며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셨죠. 그러다 자꾸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하니까 엄마가 '그만했으면 좋겠다. 네가 힘들면 나도 힘들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평범하게 살겠다고 했는데…."
그리고 켈피는 싱글 '메리 고 라운드(Merry-Go-Round)'를 발표했다. "운이 좋은 걸까요.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기회가 자꾸 생겼어요. 한 번씩 좌절할 때마다 다시는 못하겠다고 힘들어했는데 기회가 올 때마다 항상 잡았죠. 끈을 못 놓았어요. 부모님에게 다시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한 톨의 희망이라도 있으면 해보라'고 하셨는데 저는 지금 여기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는 마음을 팝록으로 불렀다. 일본 펑크밴드의 곡을 카피하던 고등학교 밴드부 보컬 때와는 사뭇 다른 상큼 발랄한 목소리다. "처음에는 예쁘게 목소리를 내본 적이 없어서 힘들었어요. 지금은 주변에서 '이게 어떻게 네 목소리야?'라고들 하세요. 저도 그런 목소리가 나올 줄 몰랐어요." '귀요미송'을 두 번 부르고 녹음했다니까요.(웃음)"
12월 또 다른 싱글과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곡을 발표, 활동을 잇는다. "무지개 같은 음악을 하고 싶어요.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가수가 아니라 사람들이 문득 '아, 켈피 노래 듣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