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고졸 루키 하영민(19)이 넥센 히어로즈의 선발 마운드에 희망을 안겼다.
하영민은 지난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4개의 안타만을 내주고 NC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80개의 공으로 6이닝을 소화한 하영민은 무려 8개의 삼진을 솎아냈다. 볼넷은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기대 이상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하영민은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팀이 3-0으로 앞선 7회초 마운드를 조상우에게 넘긴 하영민은 조상우가 3실점하며 무너져 승리를 날렸다.
하지만 하영민의 호투는 염경엽(46) 감독을 한숨짓게 하는 넥센의 선발 마운드에 희망을 안기는 것이었다.
조상우~한현희~손승락으로 이어지는 넥센 필승계투조가 탄탄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는 반면 넥센 선발진은 올 시즌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8일 경기 전까지 넥센 선발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5.53으로, 전체 9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였다.
앤디 밴헤켄은 3승2패 평균자책점 2.74로 제 몫을 해주고 있지만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브랜든 나이트는 1승2패 평균자책점 5.52로 부진했다.
문성현은 6차례의 선발 등판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8.90을 기록하며 아직 유망주 꼬리표를 못 뗀 모습을 보였다.
선두 싸움을 벌이고 있는 넥센이지만 선발의 한 축을 담당해줘야 할 이들이 안정을 찾지 못하는 것은 적잖은 고민이었다.
이런 가운데 하영민이 희망의 빛을 보여주는 호투를 펼친 것이다.
2014년 2차 신인지명회의에서 1라운드(전체 4번)에 넥센 지명을 받아 프로 무대를 밟은 하영민은 스프링캠프에서 염 감독의 눈에 들었다. 염 감독은 선발 가능성이 있는 투수로 점찍었다.
하영민이 기회를 얻은 것은 지난달 13일 대전 한화전이었다. 프로 데뷔전이었던 그날 경기에서 하영민은 5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고졸 신인이 데뷔 첫 등판에서 선발승을 거둔 것은 프로야구를 통틀어 5번째에 불과했다.
강렬한 데뷔전에 비해 이후 2경기에서는 각각 3이닝 3실점, 5이닝 4실점으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하영민은 8일 목동 NC전에서 또다시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피칭을 펼쳤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3㎞에 머물렀지만 칼같은 제구력으로 NC 타자들을 요리했다. 하영민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를 적절히 섞어던졌다.
그는 주자를 내보내도 신인답지 않은 배짱으로 정면승부하며 안정적인 피칭을 이어나갔다.
하영민은 "승리를 하지 못해 아쉬움이 있지만 야구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다. 승리를 못한 것이 크게 신경쓰이지는 않는다. 만족스러운 피칭을 펼쳐 만족한다"며 밝게 웃어보였다.
그는 "던지고 싶은 코스로 공이 들어갔다. 제구가 잘 됐다. NC 타자들의 약점을 노렸고, 제구가 잘 됐다. (허)도환 선배의 리드가 좋았고, 초반에 선배들이 점수를 뽑아줘 편하게 던졌다"고 말했다.
그는 "매 이닝 마운드에 오르면서 무조건 이기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공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던졌다"며 "1위 싸움 중인 것이 큰 자극이 됐다. 지난 7일 경기에서 5-24로 대패해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전했다.
하영민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데뷔 첫 승 이후 2, 3번째 등판에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투구수 조절, 불리한 카운트에서 타자를 상대하는 방법, 더 집중해서 던져야겠다는 것을 느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