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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PD 이상훈, 경천동지 댄스뮤지컬 터뜨린다…'문나이트'

연예뉴스팀 기자  2013.11.28 0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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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인기로 1990년대 대중문화가 새삼 주목 받고 있다.

K팝을 주축으로 한류열풍이 불고 있지만, 원류는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을 비롯해 현시점 문화의 원형이 당시 태동했다.

1990년대 초 춤꾼들의 성지였던 서울 이태원의 클럽 '문라이트'도 원류 중 하나다. 박진영·현진영·양현석·클론 등 한 시대의 문화를 주름잡았거나, 잡고 있는 이들이 이곳에서 활약했다.

문라이트를 소재로 한 댄스뮤지컬 '문나이트'의 이상훈(54) 연출도 1990년대를 풍미했다. 스타PD 출신인 그는 1986년 KBS 공채로 입사한 뒤 '유머 1번지' '쇼 비디오 자키'를 연출했다.

1991년 SBS 개국멤버가 된 이래 MC 신동엽을 발굴한 '웃으면 좋아요'를 시작으로 '열려라 웃음천국' '기쁜 우리 토요일' 등의 예능프로그램과 'LA 아리랑' '여고시절' 등의 시트콤을 만들었다. 130만명이 관람한 영화 '돈텔파파', 관객 250만명이 든 영화 '마파도2'도 감독했다.

드라마와 영화 쪽에서 이름을 날리던 그가 갑작스럽게 뮤지컬에 발을 들인 건 아니다. '문나이트'는 오래 전부터 뮤지컬로 만들기 위해 품어온 작품이다.

일본 소설가 이가라시 타카히사의 소설 '아빠와 딸의 7일간'을 영화로 옮기는 작업을 하던 중, 올해 초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이 진행한 창작공모사업 '힘내라 우리 뮤지컬'이 그의 눈에 들어오면서 싹이 트기 시작했다.

'문나이트'를 뮤지컬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여겼다. 총 42개 작품이 지원했는데 최종 선정된 세 작품 안에 들었다. 5월에 5일간 선보인 트라이아웃 공연이 전석 매진되는 등 호평을 받았다. 이를 발판으로 2014년 2월20일부터 3월2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정식 공연하기에 이르렀다.

"90년대부터 홍록기하고 구준엽에게 '문라이트'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한류 원조의 주인공들이 활약한 곳이죠. 이런 내용을 뮤지컬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러던 와중에 유튜브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스탠 바이 미'를 배경으로 사람들이 춤을 통해 인생을 표현하는 영상을 보고 감동을 받았어요. 춤으로도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는 확신이 들었죠. 그래서 시작하게 된 거예요."

개그맨 홍록기, 듀오 '클론'의 구준엽 등 '문라이트'에서 활약한 이들의 얘기를 취합하고, 당시 그 곳에서 일한 사람들의 자문을 받는 등 고증과 조사를 철저히 했다.

이야기는 단순화시켰다.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 배신과 복수를 다룬다. 시골에서 올라온 청춘의 성장기이자 성공담이다. 관객들이 춤을 통해 흐름을 따라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인한 선택과 집중이다.

차별화는 무대다. 이 연출이 영화감독이기도 한만큼 블루스크린을 사용하는 등 무대와 영상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시도한다. 대사를 최소한으로 줄여 영상기법과 춤으로만 스토리를 전달한다. 세트 대신 컴퓨터그래픽을 사용하는만큼 제작비도 절감했다.

히트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기도 하다. 당대 유행가요들이 망라된다. 히트곡을 양산한 유명 작곡가를 음악감독으로 영입하기 위해 접촉 중이다. 그 시절 인기가수들이 '문나이트'에 게스트 형식으로 깜짝 등장하는 이벤트도 벌인다.

"지금 싸이와 소녀시대가 세계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은 국력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죠. 90년대에만 해도 서태지와아이들, 듀스, 클론, 김건모의 활약이 대단했지만 국력이 약해서 그 영향이 동남아와 중국에만 한정됐습니다."

'문나이트'는 그때 그시절을 단순히 회상만 하는 뮤지컬이 아니다. "1990년대 음악들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지금 인기곡은 10대에만 편중돼 있는데 당시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만 해도 전국민이 좋아했거든요. 지금 아이돌 가수의 대부분은 10, 20대만 알잖아요."

결국 단절된 문화소통을 이어주고 싶다는 마음이다. "소재 자체가 30, 40대를 끌어모을 수 있죠. 트라이 아웃 공연 때는 10대들이 참 좋아했어요. 보통 뮤지컬은 20, 30대 여성이 주 관객인데 10대는 물론 40, 50대까지 공감할 수 뮤지컬이 나올 것 같아요."

뮤지컬 연출은 '문나이트'가 처음이지만, 이 연출은 뮤지컬 마니아로 소문이 났다. 미국에 갈 때마다 브로드웨이에서 '미스 사이공' '오페라의 유령' '라이언 킹' 등 웬만한 뮤지컬을 섭렵했다.

그러면서 이 연출이 느낀 것은 창작뮤지컬의 활성화다. "라이선스 뮤지컬로 쏠림 현상이 강하잖아요. 그런 부분들이 안타깝죠. 그러다보니 창작 뮤지컬이 성장할 기회조차 없고. 영화 산업도 그랬지만, 최소한 뮤지컬산업이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정부에서 지원을 해줘야 하죠. 그래야 어른이 외국 라이선스 뮤지컬과 최소한 붙어볼 수 있죠.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어른과 상대하기는 힘들잖아요. 덩치는 비슷해야죠. 그래서 이번 서울시뮤지컬이 진행한 프로그램이 의미가 있습니다."

이 연출은 이 뮤지컬의 상설 공연장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해외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것도 목표다.

"형식 등 여러가지 면에서 새로운 공연이 될 겁니다. 이제까지 외국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성공해왔는데, 이제 외국 사람들도 좋아하는 우리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문나이트' 제작사 보보스글로벌은 주역 캐스팅을 조만간 완료하고 연습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