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수원삼성과의 슈퍼매치 원정 징크스에서 탈출한 최용수(41) 감독이 기쁨의 숨을 몰아쉬었다.
최용수 감독이 이끈 FC서울은 27일 오후 2시15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2014 10라운드에서 후반 32분 터진 에스쿠데로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경기 후 최 감독은 "힘든 터널을 탈출한 것 같다. 양 팀 다 박진감 넘치는 좋은 경기를 했다. 경기 흐름 자체가 빨랐는데 상대의 좋은 공격 옵션들을 우리 수비수들이 잘 막아준 것에 대해 칭찬해주고 싶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최 감독은 2008년 12월7일 이후 벌어진 수원 원정 경기에서 8경기 동안 단 한 경기도 이겨보지 못한 것을 두고 힘든 터널이라고 표현했다.
수원 원정길에서 1무7패를 기록해 지긋지긋한 원정 징크스를 가졌던 서울은 2008년 10월29일(1-0 서울 승)이후 5년 6개월 만에 징크스에서 벗어났다.
그는 "오늘 경기에서 끝까지 사람과 볼을 놓치지 않는 것을 보며 여지껏 우리에게 오지 않았던 행운이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웃어 보였다.
최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어느 팀이 더욱 집중력을 갖느냐에서 따라 승패가 갈린다고 내다봤다. 결국 그의 판단이 적중했다.
서울은 전반전 슈팅 수에서 2-7로 수원에 밀렸고 유효 슈팅에서도 0-3으로 뒤졌다. 창으로 비유할 수 있는 수원과 방패의 서울이 기싸움을 벌였다.
수원은 중원에서 유기적인 패스게임으로 볼 점유율을 높인 뒤 한 번에 길게 넣어주는 로빙 패스로 상대 문전을 위협했다. 중앙에서 좌우 측면으로 벌리는 긴 패스를 통해 다시 최전방으로 넣어주는 패스 형태를 반복했다.
하지만 전반전에 수비라인을 촘촘히 하며 한 발 물러섰던 서울은 후반 9분 윤주태 대신 에스쿠데로를 투입시켰고 후반 32분 수원 골문을 여는 데 성공했다.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이 돋보였다.
왼쪽 측면에서 고명진의 스루패스를 받은 김치우가 크로스를 올렸고 에스쿠데로가 슈팅으로 연결했고, 상대 수비수 하이네르의 몸에 맞고 굴절돼 골이 됐다.
이를 두고 최 감독은 "에스쿠데로가 (기본적으로)결정력이 높은 선수는 아니다. 상대를 흔드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날은 왼쪽 측면에서 득점 상황이 상당히 간결하게 나왔다. 에스쿠데로가 집중력을 살려 팀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중요한 골을 넣었다. 스스로가 더 득점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다"며 흐뭇해했다.
후반전 선수 교체 의도와 관련해서 그는 "전반에 윤진태를 통해서 공격 템포를 흔들고자 했고, 윤진태가 완벽히 제 몫을 해줬다. 그러나 전반전에 선수들의 성급한 모습을 보고 후반에는 승부수를 띄워야겠다고 판단했다. 생각보다 10분 빠르게 에스쿠데로를 투입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만족해 했다.
지난 23일 베이징 궈안(중국)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2-1로 승리, 16강에 진출하며 상승세로 돌아선 서울은 이날 승리까지 해 2경기 연속 승리를 맛봤다.
이에 대해 최 감독은 "일정 자체가 선수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을 믿었다. 힘든 일정 속에서 수원전만큼은 이겨야겠다는 선수들의 필승의 의지가 엿보였다"고 했다.
이전과 달라진 서울의 차이점을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그는 "그동안 실점 이후에 우리 스스로 무너진 경우가 많았다. 그동안 준비한 것의 반도 못 보여줬다. 하지만 오늘은 실점을 해도 뒤집을 수있다는 확신을 갖고 수원전에 임했다.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