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벌초·성묘·농작업 때 '벌·뱀·진드기' 주의보

벌에 쏘이면 신용카드 등으로 긁어서 제거
뱀에 물린 부위 째고 입으로 흡입하면 위험
진드기에 물리면 병원에서 즉시 치료 받아야

 

[파이낸셜데일리 김정호 기자]  추석연휴(18~22일) 즈음 벌초나 성묘를 가거나 논, 밭 등에서 농작업을 할 때 벌에 쏘이거나 뱀, 진드기 등에 물리는 사고가 빈번히 발생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16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벌에 쏘여 진료를 받은 환자는 6만 6천여 명에 달한다. 이 중 4분의 1 이상은 9월 중 벌에 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추수기인 9월 진드기에 물려 감염병이 걸리면 응고 장애나 신부전증 등 합병증까지 야기될 수 있다. 털진드기에 물려 쯔쯔가무시병에 걸리거나, 살인진드기라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에 감염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정지원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를 통해 벌, 뱀, 진드기 등 물림 사고에 대처하는 법과 예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벌에 쏘이면 딱딱한 물체로 벌침 제거

국내 공식 보고는 없지만 벌에 쏘이면 뱀에 물린 것보다 사망률이 5배 정도 높다. 뱀에 물리면 수 시간부터 수 일에 걸쳐 증상이 서서히 악화되는 반면, 벌에 쏘인 경우 일부 환자에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로 15분 이내 사망할 수 있다.

특히 알러지성 결막염, 알레르기성 비염, 음식 알레르기, 약물 알레르기 등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정상인보다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확률이 3~5배 높다. 또 말벌이 꿀벌에 비해 치사율이 높다. 초기에 신속한 응급처치를 시행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알레르기 반응의 초기 증상으로는 구토, 두통, 전신 쇠약감, 빈맥, 호흡곤란, 두드러기, 가슴조임 등이 있다. 알레르기 병력이 없더라도 이런 증상이 관찰되면 119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벌에 쏘이지 않으려면 벌초나 성묘를 갈 때 단조로운 색상의 옷으로 온 몸을 최대한 감싸는 것이 좋다. 긴 바지와 긴 소매를 착용하고 화려한 색상과 무늬의 의복, 몸에 밀착되지 않고 바람에 팔랑거리는 옷은 피한다. 향수나 스킨로션도 자제한다. 특히 목걸이, 팔찌 등 금색 계열의 장신구가 햇빛에 반사되면 벌이 모여들기 쉽기 때문에 착용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벌에 쏘였을 경우 벌침을 신속히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 쏘인 부위를 손으로 짜는 것보다 신용카드 등으로 해당 부위를 긁어서 제거하는 게 안전하다. 침을 제거한 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는지 관찰한다. 다만 약물, 꽃가루, 음식물 등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천식이 있다면 증상과 관계 없이 바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뱀에 물리면 나뭇가지 등으로 고정해야

벌초나 성묘를 가서 뱀 물림을 피하려면 잡초나 풀이 많은 곳을 긴 막대기로 미리 헤집으면서 뱀이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한 후 길을 가는 것이 좋다. 방심한 틈에 뱀에 물릴 수 있기 때문에 벌초를 할 땐 헬멧, 장갑 등 보호 장비를 착용한다.

뱀에 물렸을 땐 물린 부위가 움직이지 않도록 나뭇가지 등으로 고정한다. 물린 부위가 심장보다 아래쪽으로 향하도록 위치시킨 후 119로 도움을 요청한다. 만약 119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물린 부위로부터 심장 쪽으로 5~7cm 되는 부위를 3~5cm 폭의 천으로 묶는다. 손목이나 발목의 맥박이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천을 꽉 조인 다음 조금씩 풀어주면서 맥박이 강하게 만져지는 순간에 천을 고정해야 한다.

간혹 뱀에 물린 부위를 째고 나서 입으로 흡입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절개를 잘못해 동맥이 손상되면 다량 출혈이 유발될 수 있다. 또 구강 내에 상처가 있거나 발치한 사람이 상처 부위를 흡입하면 독이 구조자의 체내로 유입될 수 있다.

◇진드기에 물리면 무리해 제거 말고 병원 찾아야

쯔쯔가무시병은 논과 밭이 많은 지역에서 성묘, 벌초, 밤 줍기, 텃밭 가꾸기, 등산 등 야외 활동 중 걸리기 쉽다. 대부분 항생제를 투여하면 수일 내 증상이 호전된다. 증상이 매우 심한 경우 병원에 입원해 항생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드물게는 쇼크가 발생하거나 중추신경계를 침범해 장애를 초래하기도 한다. 수막염, 간질성 폐렴, 심근염 등이 생길 수 있고 치료가 늦어지면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다.

SFTS는 '살인진드기'라 불리는 작은 소참 진드기가 매개체가 돼 사람에게 전파된다. 감염 증상으로는 초기 40도가 넘는 발열, 피로, 식욕저하, 구토, 설사, 복통이 있다. 두통과 근육통, 림프절이 붓는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혈소판과 백혈구 감소가 심한 경우 출혈이 멈추지 않고, 신장 기능과 다발성 장기 기능 부전으로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진드기는 주로 봄부터 가을까지 활동하기 때문에 벌초나 성묘 때 긴 옷을 입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풀밭에 함부로 앉지 말고 집에 오면 입은 옷을 털어서 바로 세탁한다. 몸에 붙어 있을지 모르는 진드기도 꼼꼼히 씻어낸다. 진드기에 물렸을 땐 진드기를 무리하게 제거해선 안 된다. 진드기 일부가 피부에 남아 감염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가까운 병원에서 바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