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우한 폐렴' 중국 수출에 영향 줄까…사스 때는 위축 '뚜렷'

2003년 5월 전체 수출 증가율 3.5%로 전월比 15.7%p↓
대외경제정책硏 "당시 2분기 GDP 성장률 1%p 끌어내려"
지난해 12월 모처럼 반등한 對중국 수출에 악재 '우려'


[파이낸셜데일리=강철규 기자]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탓에 현지 시장 둔화와 소비 침체는 국내 수출 기업에도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28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자료를 보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가 기승을 부리던 2003년 당시 5월 우리나라 전체 수출 증가율은 3.5%로 전월 대비 15.7%포인트(p)가량 하락했다.


그해 수출 증가율이 평균 19%를 웃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사스가 우리 수출에 일정 부분 악재로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으로 전체 수출 가운데 25%가량을 차지한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 증가율 역시 전월보다 11%p 감소한 6.5%에 그쳤다.


양국의 교역량 자체가 크게 위축된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줄어든 수출 증가율이 모두 사스에 의한 것이라고 가정할 때 2003년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p가량 끌어내렸다고 추정했다.


전염병이 양국의 수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근거는 또 있다. 2003년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김치 수출은 전년 대비 348.1% 늘었다.


우리나라에서 사스 발병자가 없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로 '김치 효과'가 지목되면서 수출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우한 폐렴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RES) 사태 때와 같이 이번에도 제한적이지만 일정 부분 (우리 경제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관광, 수출 등에서 영향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아직 예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침체되면 우리나라 수출 회복 시기도 더 늦춰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얼마 전까지 올해 수출 개선 요인으로 중국 수출 회복을 꼽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대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3.3% 증가하면서 14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6월 이후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이던 수출은 12월 들어 한 자릿수로 감소폭을 줄이기도 했다.


이를 근거로 오는 2월 수출이 1년여 만에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얼마 전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1단계 합의가 가장 큰 호재였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8%에서 6.0%로 상향 조정했다. 미·중 무역분쟁 합의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다.


중국의 대한국 수입도 지난해 12월 들어 전년 대비 5.4% 늘었다. 이 수치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2018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산업연구원은 얼마 전 보고서에서 "최근 중국의 경제지표가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며 "중국의 산업생산 지표 개선과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일반기계와 건설 장비 등 그간 부진했던 수출 품목의 회복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사태로 중국 경제가 위축될 경우 우리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스와 메르스 사태 당시에 겪었듯이 바이러스 감염은 확산 정도와 기간에 따라 중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사스 사태 당시 2003년 2분기 중국 GDP 성장률(1분기 11.1%→9.1%)을 단기적으로 약화시킨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이승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경제실장은 "(과거) 사스로 인한 경제적 피해의 심각성은 심리적, 사회적 영향에도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중국 내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정부 간 협력 채널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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