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감을 때 고개를 숙이면 천장에서 쳐다보고 있대요. 비누칠하고 눈뜨면 거울로 뒤에 귀신이 서 있는 걸 볼 수 있다는데요?”
강하늘(24)은 어릴 적 들었던 괴담을 늘어놓으며 신이 났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주온’ 등 공포영화가 주는 스릴을 좋아하지만 잘 때는 밑에서 귀신이 발을 끌어당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이불로 꼭 감싼다.
그가 영화 ‘소녀괴담’(감독 오인천)에서 귀신을 보는 고등학생 ‘인수’를 연기했다. 강원도 학교에서 밤마다 촬영에 나섰다. “대본을 보고 촬영을 하는데도 스태프들이 귀신 분장을 한 모습을 막상 마주하니 무서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인수처럼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갖고 싶다. 남들과 다른 특수한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소녀괴담’을 찍으면서 재미있고 흥분도 되는 게 기분이 이상했다. 남들에게 없는 능력을 실제로 갖는다면 어떨지 너무 궁금했다. 물론 못 보니까 더욱 궁금해할 것이다. 실제로 인수의 능력이 있으면 무섭기는 하겠지만, 좋을 것 같다”며 흥분했다.
귀신의 존재를 믿는 편이다. “종교는 없는데 어릴 때 외가가 절에 다녔어요. 제가 놀다 들어오면 몸에 소금을 뿌려주셨죠.” 가위도 눌려봤다. “딱 한 번 잠깐 잠들었다가 눈을 딱 떴는데 눈이 안 감기는 거예요. 팔이랑 어깨도 안 움직였고요. 목소리도 안 나왔어요. 눈을 뜨고 있으니 시야에 뭔가가 나타날 것 같은데 안 나오더라고요. 계속 ‘나와 봐 나와 봐’라고 주문을 외웠어요. 귀신을 한 번만 만나보고 싶어요.”
귀신을 보기 싫지만 보게 되는 ‘인수’와 정반대다. “아무 상대도 없는데 보이는 것처럼 연기하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최대한 귀신의 잔상을 머릿속에 남겨두려고 했죠. 또 귀신과 동반 촬영 신에서는 최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려고 했죠. 그러면 사람들이 인수를 이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요. 하지만 분장까지 한 귀신들이 돌아다니니 정말 무섭더라고요”라며 웃었다.
다행히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크다. “예산이 큰 작품이 아니다 보니 하루 안에 정해진 분량을 모두 촬영했다. 대본에 있던 장면들을 날린 적이 많았다. 공간들이 영화에서 많이 보일까봐 걱정했는데 잘 나와 줬다. 감독님에게 너무 감사했다”는 마음이다.
강하늘은 “‘소녀괴담’을 보면서 방관자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 영화를 찍으며 방관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반에서 놀림 받는 친구들이 있지만, 제가 아니니 가만히 듣고 웃기만 하는 거죠. 그 시기를 떠올려보면 저도 방관자였던 것 같아요. 한 명의 피의자일 수도 있죠.”
“많은 사람이 방관자였을 거예요. 피의자나 방관자가 반성하라고 만든 계몽 영화는 아니에요. 하지만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내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방관자인지…. 돌이켜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영화를 이끌고 간 주연배우답다. 그러나 강하늘은 “주연작이라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중에 부끄럽지 않은 좋은 작품들을 찍는 게 목적이지, 역할의 크기를 따지고 싶지는 않다”며 의연하기만 하다.
“드라마 ‘상속자들’을 끝내고 이래서 사람이 변하는가 싶었다. 내가 앞으로 나아갈 힘을 이제야 얻었는데 주변이 안 보이고 검게 변하더라.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는 고백이다.
“주변 상황이 변해도 제 신념을 지켜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하는 모든 것들은 저를 위한 행동이 아니라 제가 선택한 좋은 작품을 위한 것이라는 마음이요. 저를 위해 작품을 선택하고 인지도를 위해 연기하고 싶지 않아요. 기술자가 아닌 장인이 되고 싶죠. 장인은 1000개를 만들어도 마음에 안 들면 다 깨버리잖아요. 자기와의 싸움이 되겠지만, 꼭 버텨보고 싶어요.”
주위에서 강하늘을 ‘크게 될 스타’로 꼽는 이유가 있었다. 강하늘은 하반기 기대작 ‘세시봉’과 ‘순수의 시대’ 등 영화 두 편을 촬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