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지원 끝나면 손실 현실화…은행 자본비율 최대 1.4%p↓"

2022.06.22 18:11:08

"은행 대손 적립 수준 예상 손실 밑돌아…더 적립해야"
"심각한 금융충격시 보험사 30%·증권사 9%, 자본비율 감독기준 밑돌 듯"
"시장 금리 1∼2%p 오르면 보험사 36조∼72조원 평가손실 추정"

 

[파이낸셜데일리 박목식 기자] 한국은행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시행된 각종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되면 그간 드러나지 않은 은행권 기업 대출의 잠재 신용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증권회사, 보험회사, 여신전문금융사(이하 여신사), 저축은행 등 비은행금융기관 역시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각종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져 각 금융기관이 잠재 리스크와 감내 여력을 재점검하고, 복원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한은은 조언했다.

 

 

한은은 22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향후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될 경우 잠재 신용손실이 현실화하면서 은행의 대손비용이 증가하고,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경제성장률이 큰 폭 하락했음에도 최근 국내 은행 기업대출의 부실은 오히려 축소되는, 이른바 '부도 갭(bankruptcy gap)' 현상이 발생했다. 코로나 이후 시행된 중소기업 금융지원 및 각종 금융규제 유연화 조치 등의 효과로 신용시장이 양호한 상태를 유지했던 까닭이다.

 

한은이 2020년 1분기∼2021년 4분기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잠재 신용손실을 예상 손실과 예상외 손실로 구분해 추정한 결과, 코로나19 정책효과가 포함된 경우의 각 1.6배, 1.3배에 이르렀다. 손실이 현실화한다면 국내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최대 1.4%포인트(p)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아울러 코로나19 기간 중 국내은행의 대손 관련 적립 수준은 신용손실 분포의 하위 25∼45%에 불과해 예상 손실을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손 관련 적립 수준이 신용손실 분포의 상위 75∼95%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부족한 수준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은 잠재 신용손실 현실화 가능성에 대비해 신용위험평가 기준을 개선하고, 대손충당금·대손준비금 적립을 확대하는 등 손실흡수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한은은 미 연준이 최근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는 등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비은행금융기관의 건전성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더해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중국 등 신흥국의 금융 불안 등이 더해진다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한은은 "대외충격 대응 여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비은행금융기관은 금리, 주가, 환율 등 변화에 따라 유동성·시장·신용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이 통합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SAMP)을 이용해 최근의 경기 둔화 가능성이 비은행 금융기관의 복원력에 미칠 충격을 점검한 결과, 보험·증권회사의 자본비율과 저축은행의 자본비율도 하락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국내 금융시장에 '심각한 충격'이 가해지면 보험사 51곳 중 16곳(31.3%), 증권사 44곳 중 4곳(9%)의 자본 비율이 금융당국의 감독 기준을 밑돌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 소비자물가 상승률 5.4% 이상 ▲ 코스피 지수 1,950 이하 ▲ 경제성장률 0.6% 이하 ▲ 국고채 수익률 연 5.8% 이상 등 네 가지 상황이 동시에 닥쳤을 때를 '심각한 충격'으로 정의했다.

 

주요 잠재리스크를 보면, 증권회사나 여전사의 경우 시장성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유동성 리스크에 취약해진다.

 

시장리스크도 클 수 있다. 증권회사와 보험회사의 경우 투자자산의 상당량을 채권, 주식 등 유가증권으로 보유하고 있어 시장금리가 상승하거나 주가가 하락하면 유가증권의 평가손실이 커진다.

 

한은은 시장금리가 1∼2%포인트 오를 경우 증권사는 1조6천억∼3조3천억원, 보험사는 36조∼72조원의 평가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주가가 20% 하락할 경우에는 증권사와 보험사가 각각 4조9천억원, 9조2천억원의 주식 평가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저축은행과 여전사의 신용리스크 위험도 잠재 요인이다. 2021년 말 기준 저축은행과 여전사의 취약차주(다중채무자 중 저소득·저신용자)에 대한 가계대출 규모는 각각 46조원(전체 대출의 78.9%), 74조8천억원(64.6%)으로 집계됐다. 기업대출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육박했다.

 

시장금리가 상승해 차주의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지거나, 부동산 경기가 부진해지면 이들 대출자산이 부실화할 여지가 크다. 보험사의 경우 해외 장기채권투자를 단기로 환헤지(환율 변동 위험 회피) 하는데, 외환시장이 불안해지면 환헤지 비용이 커지며 차환리스크가 증가하는 등 환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개별 기관의 잠재 리스크와 감내 여력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고, 유동성 리스크와 관련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 등 컨틴전시 플랜을 재점검하라"면서 보험회사 복원력에 대한 시장 우려를 줄이기 위해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RBC) 비율 계산방식에 대한 한시적 완화 조치를 모색할 것을 당부했다.

박목식 기자 financialdai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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