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 소비자 정책, 기업과 소비자 권리의 균형을 기대한다

2022.04.28 09:56:30

[파이낸셜데일리 정길호]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많은 국민들과 단체 등 제 분야에서는 소비자 정책을 두고 기대 반, 우려 반의 상황인 것 같다.

 

초박빙 차이로 당선된 것도 있지만 정부가 친기업 정책 일변도로 소비자 권리와 기업의 이해관계 간의 균형이 무너질까 하는 우려에서다. 소비자 관련 생태계에서도 산적한 과제들에 대한 문제해결의 기대보다는 우려를 더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

 

대한민국은 다양하고 즉시 문제해결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많다. 그리고 이들을 대변하는 소비자 단체(NGO,NPO)들의 활동의 결과로 소비자들의 요구(Needs)를 상품개발에 반영한 결과 LG, 삼성 등 그 분야에서 글로벌 넘버 원의 자리에 위치하였다.

 

이렇듯 소비자와 기업이 한국 산업 경쟁력을 높여 온 것처럼 신정부는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와 산하 소비자원을 통해 소비자 관련 생태계 전반을 모두 관장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정부가 할 일과 민간 소비자단체가 할 일을 구분하고 민간 소비자단체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책에 반영해주길 바란다.

 

  우선, 산업 활성화와 소비자 권리 간의 균형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선자의 발언을 보고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소비자(Consumer)가 아닌 국민은 없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자기 직업 활동 중에 생산한 제품이나 서비스 이외에는 구입해서 사용하는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것이다.

 

논리 필연적으로 소비자의 선택(권리)과 기업의 경쟁력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윤석열 당선자가 호남을 찾아 지역 민생 다지기에 나서 한 말이다 “임기 중 풀 수 있는 규제는 다 풀겠다.”, “누구든지 우리 국민이든 기업이든 외국인이든 해외 기업이든 우리나라에서 마음껏 돈 벌 수 있게 해주겠다”.

 

말만 들으면 시장 만능주의자의 발언이다. 애덤 스미스, 케인즈, 새뮤엘슨…. 신자유주의를 대표하는 마가렛 대처나 로널드 레이건이 들어도 순수 자본주의를 고집하겠다는 것으로 비춰진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 규제인데 적절한 규제까지 모두 풀어버리면 설계, 제조, 사용법 등 기업만 알고 있는 정보의 비대칭 문제로 소비자들의 피해는 어떻게 하며 태생적으로 소비자들보다 우월한 기업의 힘의 논리를 인정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지난달 16일 삼성전자 주총이 끝난 직후 이례적으로 “삼성전자가 탄소 감촉 계획을 너무 늦지 않게 공개하도록 지속해서 관여할 것이다.”라고 의결권 게시판에 공개한 바 있다.

 

최근 산업계의 화두는 ESG 경영(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관련한)이다, 특정 기업이 얼마나 환경을 생각하고 운영의 투명성 그리고 소비자 친화적인 기업인가를 판단하는 개념으로 그 기업의 가치 평가에 절대적 기준이 되고 있다.

 

  둘째, 정부는 실질적으로 소비자권익 증진을 위한 정책과 법적·제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 2020년 9월 법무부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 배상제를 확대 도입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한 바 있었다. 이후 추가 입법 및 실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은 미미했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50인 이상이 모여 기업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서 승소하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도 동일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기업들이 영업행위 과정에서 반사회적 위법 행위를 한 경우 피해자들이 입은 손해 이상을 배상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제도들은 그동안 소비자단체들이 10년 이상 요구했던 소비자권익증진 ‘기본법’으로 이 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소비자권익 확보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입증책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이익은 여전하다, 의료 소비자들의 의료 사고에 대한 구제를 위한 수술실 CC카메라 설치관련 법안 통과가 7년여 투쟁 활동의 소산이었다.

 

대다수의 국민들과 소비자단체들은 신정부가 맹목적 친기업 정부가 아닌 기업과 소비자에게 균형 잡힌 정부라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소비자들이 공산품 관련 제조/설계 정보를 기업보다 더 많이 알 수는 없다. 사고 보상을 위한 입증책임이 소비자에게 있다면 기울어진 운동장 싸움을 인정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민간소비자 단체 지원 및 활성화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는 처음 접해보는 상품과 서비스의 출현이 빈번하다. 상품과 서비스는 주기가 빠르고 짧아 소비자들의 피해 발생 시 구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비한 소비자들의 교육은 학교나 소비자단체를 통해 실시하면 효과적일 것이다.

 

청소년의 인터넷쇼핑 이용이 늘면서 청소년이 전자상거래에서 경험하는 소비자 문제의 비중도 커지고 있다. 3월 21일 소비자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고등학생 대상 5개 영역 전체 소비생활 영역 중 거래에 필요한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이 소비자지식 수준이 낮아 인터넷쇼핑 피해가 우려되고 있으며 피해 예방을 위해 전 국민 대상 주기적, 조직적인 소비자교육이 시급한 실정이다. 신종 전자상거래 피해를 법과 제도가 준비되기 한참 전에 벌어지는 일을 정부가 방치한 셈이다.

 

정부나 국회가 제 기능을 못 할 때 언론의 역할을 크게 기대했으나 언론도 국민들의 눈높이와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여 실망스러울 때는 마지막 보루는 시민사회단체(NGO,NPO)의 사명과 역할을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사건, 가습기살균제 사건 등 수많은 소비자피해 사건이 발생했지만, 이들을 구제할 법적, 제도적 장치는 없었다.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 등의 조치는 미흡했다.

 

제조회사와 유통업체들의 무책임하고 방어적 대응, 피해보상과 처벌을 위한 법과 제도의 미비, 언론 및 시민 사회 단체들의 미진한 활동, 즉, 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한 법과 시행령 제정, 개정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요구했어야 했다. 이렇듯 민간 소비자단체의 역할이 강조되는 시점이다.

 

  신정부는 소비자 정책을 잘 설계하고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소비자 생태계 전반을 모두 다룰 수 없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민간소비자 단체를 지원·촉진·활성화시켜 기업과 소비자 간의 최적 균형을 찾게 하고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친 소비자 기업을 가장 많이 보유한 대한민국으로 자리매김시키기 바란다.

정길호 financialdai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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