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확대한다는데…전세대출 분할상환 출발부터 '삐걱'

2021.11.24 10:55:27

 

 

 

[파이낸셜데일리 송지수 기자]   내년부터 전세자금대출 분할상환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벌써부터 '삐걱'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은행이 분할상환을 의무화했다가 해제하는 등 은행들이 도입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전날부터 대출자가 전세대출 방식 가운데 '일시 상환'도 선택할 수 있도록 내부 지침을 변경했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달 25일부터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와 SGI서울보증보험이 보증하는 신규 전세대출에 대해 '혼합 상환'과 '분할 상환'만 허용했다. 상환 기간 동안 원금의 5% 이상을 분할 상환해야 한다는 것으로, 만약 2년 만기로 2억원을 빌렸다면 5%인 원금 1000만원을 2년간 매달 41만원씩 이자와 함께 내야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행이 다시 일시상환을 허용하면서 대출자들은 다시 이자만 납부할 수 있게 됐다. 국민은행이 한 달 만에 조치를 종료한 것은 금융당국이 4분기 총량관리에서 전세대출을 제외하는 등 가계대출 관리에 다소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분할상환을 의무화한 이후 한달 간 국민은행에서 고객 이탈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나타났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원금상환에 부담을 느낀 고객들이 전세대출을 받기 위해 다른 은행의 문을 두드렸고, 추가적인 이탈을 막기 위해 서둘러 방침을 변경했단 것이다.

실제 국민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전세대출 분할상환 의무화를 적용한지 한 달 만인 지난 22일 26조3217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137억원 줄어들었다. 이는 국민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이 올해 5월부터 급격하게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민은행 전세대출 잔액은 올해 2~4월 매월 3000억원대로 늘다가 5~8월 5000억~6000억원으로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9월엔 8016억원이 급증했고, 10월에도 전월대비 5858억원이 늘었다. 하지만 전세대출 분할상환 의무화한 이후엔 증가세가 급격히 꺾였다.

국민은행이 일시상환 방식을 다시 허용하면서, 타 은행들의 분할상환 확대 검토 작업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정부의 전세대출 분할상환 확대 방침에 따라 시중은행들도 고민이 큰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분할상환시 2년만기 고금리 비과세적금 가입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며 분할상환을 적극 홍보하는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금리상승기에 전세대출을 상환하면서 저축 등으로 재산을 형성하는 것이 오히려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11월 현재 전세대출 금리는 연 3.3~4.0%로 대출상환 때 이자소득세(15.4%)를 납부할 필요가 없고, 불입액은 연간 300만원까지 소득 공제가 가능하다. 예컨데, 연 1.2% 금리로 월 80만원 정기적금을 2년간 납부해 얻을 수 있는 세후 이자수익이 20만3000원인데, 이는 월 24만5000원의 전세대출(연 이자 3.6%) 원금상환시 얻을 수 있는 세후 이자절감금액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또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전세대출 분할상환 우수 금융회사에 정책모기지 배정을 우대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아울러 분할상환 주담대 취급을 늘릴수록 금융사들의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주신보) 출연료를 깎아주기로 했는데, 일각에서는 전세대출의 원금 분할상환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로서는 고객들의 원금상환 부담에 대한 불만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분명 분할상환이 대출자와 금융사들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은 맞지만 대출자들에게는 아주 큰 부담인 것도 사실"이라며 "상환 기간이 보통 2년이고 최소 억 단위로 받는데, 이자와 원금을 합치면 당장 현금흐름에 막대한 영향을 주니 분할상환을 선택하는 이들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주금공은 지난해 10월 '부분분할상환 약정자 특례 전세자금보증'을 내놨지만, 신청건수는 지난 2분기 기준 792건, 공급금액은 1026억원에 불과했다. 본인과 배우자가 모두 무주택자인 경우 이용할 수 있는 이 상품은 대출기간 동안 원금의 5% 이상을 분할상환 해야 하며 최저 보증료율(0.02%)이 적용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과 IBK기업은행까지 모두 6곳의 은행에서 취급됐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전세대출 분할상환이 1%대 정기예금 가입보다 유리하다는 금융당국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당장의 현금흐름이 중요한 이들에 적용할 수 있는 논리는 아니다"라며 "분할상환을 유도하려면 우대금리 등으로 대출금리를 깎아주거나 대출한도를 늘려줘야 할텐데, 이 경우 또 다시 대출이 늘어날 수 있어 은행들이 여러 형태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정부가 제시하는 인센티브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결론을 내리긴 이르다"며 "정부의 인센티브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줄 지와 고객들의 불편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국민들의 전세대출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분할상환이 단기간에 확대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송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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