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도 부익부 빈익빈이다. 고급 식당을 찾거나 아예 포기한다. 이러니 우리처럼 어중간한 자영업자를 찾는 손님은 별로 없다. 결국, 불황에 우리만 죽을 맛이다."
김영만(가명·35)씨는 지난 2012년 1월 용산구 한남동에 샐러드 파스타 전문점을 오픈했다. 김씨는 창업 자금으로 1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모아 둔 7000여 만원에 은행 대출금 8000여 만원. 다행히 김씨의 30평짜리 매장은 권리금이 없었다. 하지만 권리금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인기가 없는 지역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김씨는 은행에서 빌린 8000만원에 대해 원금과 이자를 합해 매달 약 150만원을 이자로 지불했다. 여기에 직원 두명을 고용했다.
인건비는 400만원, 4대보험비 70여 만원 등 470만원이 지출됐다. 공과금도 꽤 됐다.
식당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전기세, 가스비, 수도세 등 100여 만원이 공과금으로 나갔다.
여기에 직원들 식사비, 소모품 구입비 등을 합치면 또 100여 만원이 빠져나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재료비도 투자된다.
재료비는 매출에 비례한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하루에 10만원 이상이다. 한 달이면 300만원이다.
결국, 김씨는 파스타 가게 한 달 운영비로 1200만원을 사용한다. 김씨가 한 달 순이익으로 200만원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하루에 매출 50만원씩은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다.
50만원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1만원짜리 파스타 50그릇을 팔아야 한다.
단순계산이다. 하루에 '파스타 50그릇을 못팔까'싶지만, 쉽지 않다는 게 김씨의 얘기다.
김씨는 "사업 초기에는 손님들이 찾아오지 않아서 광고비 등 지출만 늘어난다"며 "사장이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은 한 푼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기가 좋았다면 사람들이 외식을 하면서 지갑을 열텐데…"라며 "거리에 사람이 없을 때는 자영업을 포기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고 푸념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거대 프랜차이즈에 맞서 자신만의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겠다는 포부로 자영업을 시작한 곳이다.
우정(가명·35)씨는 종로구 운리동에 지난 1월 커피 전문점을 오픈했다. 커피점 오픈까지 투자된 금액은 1억원. 권리금과 시설비 7000여 만원, 가게 보증금 3000여 만원 등이다.
우씨는 벌어놓은 전 재산을 커피전문점 오픈에 투자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은행 대출이 없었다는 점.
가게도 10평 남짓하게 꾸렸다. 큰 도로에 위치하지 않았지만 도심부라는 이유로 월세가 300만원씩 나갔다. 공과금은 50여 만원, 운영비는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150여 만원이 사용된다.
그야말로 착한커피를 위해 우씨는 아메리카노 1잔을 2500원에 팔았다.
우씨가 한달 순익을 200여 만원 가져가기 위해서는 하루 매출 25만원을 올려야 했다. 하루에 아메리카노 100잔을 팔아야 한다.
우씨는 "은행권 대출이 없고 종업원을 두지 않아도 될 정도지만 100잔을 팔 수 있는 경기가 아니다"라며 "손님들이 안 찾아오고 커피전문점의 경쟁 심화로 수익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기업이 골목 시장에 들어와서 프랜차이즈 점을 무차별로 늘리고 있다"며 "자영업자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날이 오지 않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우씨는 "인건비를 줄이고 어떻게든 수익을 내기 위해 혼자서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나라 경기가 좋아져야 손님들이 더 많이 가게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정부에서 어떤 특단의 대책을 내놨으면 좋겠다"고 푸념했다.